여행용 트렁크에 들어가게 되지요
슈무엘 스메테나와 레이첼 옆에 또 다른 여자 셋과 남자 둘이 합석했다. 넓적하게 각이 진 짤막한 얼굴에 거의 목이 없는 금발의 한 남자는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사람둘은 그를 젤릭이라고 불렀다. 슈무엘 스메테나는 그를 가리키며 거리에서는 젤릭 키슈키나 젤릭 피셔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젤릭의 처 마아클은 몸집이 뚱뚱하고 작달막했다. 그녀는 비뚜름한 코에다 미간이 아주 좁았다. 그녀는 미소를 띠고 노란 눈동자를 슈무엘 스메테나와 맥스에게서 떼지 않고 있었다. 때때로 맥스에게는 마치 윙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매력적인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맥스는 의아해 했다. 그때 그는 피골이 상접하고 머리카락이 한 오라기도 없는 민머리의 야윈 남자를 발견했다. 그 사람은 마치 귀족처럼, 줄무늬 양복에 깃이 빳빳한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에다 넥타이핀까지 고루 갖추어 차려 입고 있었다. 그의 옷깃에는 자선 단체가 파는 종이꽃 같은 것이 꽂혀 있었다. 허약한 사람에게서나 나을 법한 여린 음성으로, 그는 뜨거운 소시지와 도수가 90도나 되는 브랜디를 주문했다
"그 꽃은 뭐 하는 거요?"
"건강 협회 것이오."
"그게 뭔데요?"
"결핵 환자는 옷보츠크에 보내어진다오."
"거기서 어떻게 되지요?"
"그게 마지막 머무르는 곳이오. 곧."
"당신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해요, 풀리예. 그렇게 말하는 꼴이라니."
자그마한 여자가 외쳤다.
"하지만 사실이오."
"진실 때문에 얻어맞는 거요."
슈무엘 스메테나가 되받았다.
"(라쳄!(건배!))"
맥스는 위스키를 마시고 양파와 마늘로 만든 젤리를 바른 말랑말랑한 우족을 씹었다. 실로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기쁨으로 가득 찼다.
파리도, 베를린도 그에게 올바른 동반자를 제공해 주지 못했었다. 거기서는 프랑스어나 독일어 표현을 사용하거나 리투아니아 이디시 방언을 사용했었다. 게다가 외국에서 만난 거의 모두가 그보다는 젊어서 마치 그를 노인 취급했었다. 어디에서 다정스런 얼굴을 찾을지는 절대로 모르는 법이다. 이 술집에서 불과 30분도 안 되었는데 벌써 이 사람들은 그를 맥스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이 집의 단골인 하임 카비오르니크라는 늙은 남자는 여기서 멀지 않은 18번지에 카페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치즈빵을 좋아하면 내 카페로 오시오. 이 세상 최고의 치즈빵을 맛보게 될 것이오."
그가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무얼 먹지요?"
침묵을 지키고 있던 여자가 맥스에게 물었다. 그녀는 마흔 남짓해 보였다. 작고 거무스름한 피부에, 어느새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보이는 단발을 하고 있었다. 까만 체리만큼이나 검은 그녀의 눈동자 아래에는 주름살이 굵은 선을 그은 듯이 선명했다. 짧은 코와 턱이 작은 그녀는 양 눈썹이 마치 맞붙은 듯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딴사람들보다 세련되어 보였고 나이가 들었는데도 소녀 같은 인상을 풍겼다. 웃을 때는 틈새가 벌어지긴 했지만 작고 하얀 이빨이 드러났고 왼쪽 뺨에는 볼우물이 패었다. 맥스는 그녀를 몇 번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회색 윗도리 위에, 가게 점원들이 현금을 넣어 두는 데 쓰는 것과 같은 종류의 지갑을 두르고 있었다.
맥스는 원기가 회복됨을 느꼈다.
"벙어리인 줄 알았소."
그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슈무엘이 쉰 듯한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와 시작했다 하면 당신 귀가 번쩍할 만한 이야기들을 듣게 될 거요."
"왜 그녀와 시작해야만 하지요? 우리가 아르헨티나에서 먹는 건 비프스테이크요. 하루에 두 번씩 우리는 전세계로 쇠고기를 실어 보내지요. 알팔파라는 풀이 있는데 그걸 가축이 먹으면 매우 살이 쪄요. 아르헨티나에서는 수백 마일을 가도 보이는 건 초원, 그리고 풀과 가축뿐이오."
"아르헨티나에서는 고기를 수출할지는 모르지만, 인육을 수입한다던데."
슈무엘이 재치 있게 한마디했다.
"사실이오. 하지만 수입 같은 데 곧 신경 안 쓰게 될 거요. 스페인 여자들이 꼭 정숙하지만은 않아요. 문제는 한번 쳐다보았다 하면 임신이 된다는 거지."
"단지 보기만 해도요?"
까만 눈동자의 여자가 물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아르헨티나에서는 비유태인들, 말하자면 남자들은 종교적이지 못해요. 심지어 일요일에도 교회를 안 가요. 종교적인 것이라곤 여자들에게만 있지요. 여자들은 교회에 가고 신부에게 고해도 하고 그러지요. 그리고 남편이 집에 없으면 여자들 마음대로 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지요. 삼십이면 이미 끝나 버려요. 기후 탓이지요. 그러니 아르헨티나 남자들은 다 정부가 있답니다. "
"멋진 나라군."
"뜨거운 피가 흐르는 곳이지요. 사람들은 아르헨티나에 대해 나쁘게 말들 하지만 정작 거기 가보면 이해하게 될 거요. 충동을 느끼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게 되니까."
"그런데 왜 그렇게 멋진 나라를 떠나 여기 크로치말나 가까지 오게 되었지요?"
자그마한 여자가 물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지요. 당신은 가게를 운영하나요?"
"남편은 굽고 나는 팔아요. 식빵, 롤빵, 베이글빵 등을요. 크로치말나 가 15번지에 있어요."
"이름이 뭐죠?"
"에스터 ."
"빵을 파는 건 좋은 직업이에요. 사람들은 항상 식빵과 롤빵을 먹고 싶어하지요."
"제 남편 밑에는 도제가 열두 명이나 있답니다. 바르샤바에는 얼마나 머무르실 건가요?"
"모르겠소."
"내일 밤 와보세요. 우린 저녁을 10시경에 먹어요. 당신에게 제 여동생을 소개시켜 드리지요. 제 동생은 저보다 열 살이나 젊어요."
"당신도 그리 늙지 않았는걸요."
"늙지도 않았지만 젊지도 않은 할머니지요. 두 살 난 손자가 있는걸요. 바르샤바에서는 어디에 머무르시나요?"